특전대대장, 尹 면전서 ‘일침’..“사람에 충성 안 해”

이날 법정에 출석한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은 계엄 당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진입 및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해당 명령에 대해 “그게 군사 작전적으로 할 지시냐”며 “그 상황에서 그런 임무를 받고 ‘이상 없습니다’라고 할 군인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명령은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군의 본분”이라며, “그러나 당시 지시는 명백히 비정상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후속 부대의 국회 진입을 막기 위해 서강대교 북단에서 진입을 저지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같은 증언을 반박하며 조 단장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려 했지만, 조 단장은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질 수도 있다”며 일관된 입장을 유지했다. 변호인단이 “군 지휘계통에 있던 인사들은 대부분 기소되거나 징계를 받았는데 당신만 예외인 이유가 뭐냐”고 따지자, 그는 "저는 그저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흔들리지 않았다.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도 같은 날 증언대에 섰다. 그는 상급 부대로부터 ‘국회 담을 넘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당 지시가 윤 전 대통령의 뜻이라는 언급도 상관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대대장은 “명령은 따르되 그 명령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 부하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남긴 유명한 발언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는 또 “질서 유지를 위해 군을 투입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질서 유지는 군의 임무가 아니다. 질서를 유지하려고 총을 왜 가져가나”라고 반문했다. 김 대대장은 당시 계엄 관련 명령이 ‘실탄과 공포탄 지급’부터 시작됐으며, 병력이 실제 움직였다면 폭동과 유혈 충돌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하라”며 군인의 충성 대상은 사람도, 권력도 아닌 ‘헌법과 국민’임을 재확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초반에는 고개를 숙이고 졸거나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오후 5시를 넘긴 시점에서 직접 발언에 나섰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를 ‘칼’에 비유하며 “칼을 들었다고 해서 다 살인이 아니듯, 계엄령 발동만으로 내란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에서 보듯 누구도 다치지 않았고, 실무장도 하지 않았다”며 무력 충돌이 없었던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증언자들의 입을 통해 드러난 당시 상황은 ‘무력 사용 일보 직전’이었다. 시민들과 충돌을 피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일선 지휘관들이 사실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사가 없었던 셈이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유혈사태 없었으므로 내란 아님’이라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부분이다.
한편,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 출석 장면이 언론에 처음 공개되며 법정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그는 피고인 전용 통로를 이용해 입장했으며, 법정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검사석을 응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앞으로 정기적인 법정 출석이 예정되어 있으며, 재판부는 올해 12월까지 공판 일정을 사전에 확정했다. 다음 공판은 5월 12일로 잡혔다.
이번 재판을 통해 ‘내란’이라는 중대 혐의의 실체가 군 내부 증언으로 점차 구체화되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측은 헌정질서 파괴 의도가 없었음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법리 다툼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반면 검찰은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는 점이 오히려 일선 군인들이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정황을 부각하며 윤 전 대통령이 사실상 내란을 기도한 ‘우두머리’임을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재판이 본격화되며 정치적 후폭풍도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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